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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기 양육 방법 (거짓말, 물질보상, 감정공감)

by lanilala 2026. 2. 26.

"아이가 거짓말을 하면 무조건 혼내야 할까요?" 저도 초등 3학년 아들을 키우면서 이 질문 앞에서 수없이 흔들렸습니다. 숙제를 안 했다가 "다 했어요"라고 거짓말하는 아이를 보면서, 제 안에서도 "혼내야 한다"와 "왜 그랬을까"가 끊임없이 싸웠거든요. 그러다 최근 아동기 양육에 관한 자료를 접하면서, 제가 놓치고 있던 본질을 발견했습니다. 거짓말 뒤에 숨은 두려움, 물질로 채울 수 없는 관계의 빈자리, 그리고 감정을 읽어주는 것의 진짜 의미 말이죠.

사이좋게 앉아있는 아이들의 뒷모습

거짓말 뒤에 숨은 두려움을 읽어야 합니다

저는 처음엔 아이의 거짓말을 "정직성 교육 실패"로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아동기 발달 특성을 들여다보니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아동기는 인지발달(Cognitive Development)이 급격히 일어나는 시기로, 6세에서 12세 사이 아이들은 논리적 사고와 타인의 관점을 이해하는 능력이 발달합니다. 여기서 인지발달이란 아이가 세상을 이해하고 생각하는 방식이 질적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제 아들의 거짓말을 유심히 관찰해보니, 대부분 "혼날까 봐"에서 시작됐습니다. 숙제를 안 한 것도, 친구와 다툰 것도, 게임을 더 한 것도 결국 제가 화낼까 봐 숨긴 거였죠. 이건 남을 속이려는 악의적 거짓말이 아니라 자기보호(Self-protection) 본능이었던 겁니다. 자기보호란 위협적인 상황에서 자신을 지키려는 심리적 방어 메커니즘을 뜻합니다.

실제로 아동심리 전문가들은 이 시기 거짓말을 두 가지로 구분합니다. 첫째는 타인을 조종하려는 의도적 거짓말, 둘째는 처벌을 회피하려는 방어적 거짓말입니다. 제 아들의 경우 후자였고, 이건 부모와의 관계가 안전하지 않다는 신호였습니다(출처: 보건복지부 아동권리보장원). 그래서 저는 전략을 바꿨습니다. "거짓말하면 더 혼난다"는 협박 대신, "솔직하게 말하면 엄마가 도와줄게"라는 안전망을 먼저 깔아둔 거죠.

한 달 정도 지나자 변화가 보였습니다. 아이가 "엄마, 사실 숙제 안 했어. 어떻게 하면 좋을까?"라고 먼저 물어오기 시작한 겁니다. 정직(Honesty)은 안전한 관계에서만 자랄 수 있는 덕목이더군요. 혼내는 걸 멈추니, 아이도 숨기는 걸 멈췄습니다.

물론 모든 거짓말을 이해만 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왜 거짓말을 해야 했을까"를 먼저 물어보는 습관은, 저와 아이 사이에 신뢰라는 다리를 놓는 첫걸음이었습니다. 혼내기 전에 듣는 것, 그게 제가 배운 가장 큰 교훈입니다.

물질보상으로는 채울 수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맞벌이 부모로서 저는 늘 아이에게 미안했습니다. 퇴근하면 저도 지쳐 있고, 주말엔 밀린 집안일로 정신이 없고. 그러다 보니 "학원 보내줄게", "게임기 사줄게" 같은 말이 자꾸 나왔습니다. 시간 대신 돈으로, 관심 대신 물건으로 채우려 했던 거죠.

그런데 아이는 제가 생각한 것과 달랐습니다. 새 게임기를 받고도 금방 시들해지고, 비싼 학원을 다녀도 표정이 밝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아이가 "엄마는 맨날 바빠. 나한테 관심 없잖아"라고 말했을 때, 저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제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아이가 원한 건 물건이 아니라 저였던 겁니다.

물질적 보상(Material Reward)은 일시적 만족을 줄 수는 있지만, 정서적 공백을 채우지는 못합니다. 여기서 정서적 공백이란 부모와의 정서적 교류가 부족할 때 아이 마음에 생기는 빈자리를 의미합니다. 아동기 자녀에게 진짜 필요한 건 부모의 '온전한 집중(Undivided Attention)'입니다. 온전한 집중이란 스마트폰도 내려놓고, 다른 생각도 멈추고, 오롯이 아이에게만 시선과 마음을 쏟는 시간을 뜻합니다.

저는 하루 30분이라도 아이와 단둘이 시간을 보내기로 결심했습니다. 학교에서 있었던 일, 친구와의 관계, 요즘 고민 같은 걸 물어보고 들어주는 시간이요. 처음엔 "30분이 뭐가 달라지겠어" 싶었는데, 놀랍게도 아이 표정이 달라지더군요. 물건을 사달라는 말도 줄었고, 제가 퇴근하면 학교 이야기를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부모와의 질 높은 상호작용이 아동의 자존감과 사회성 발달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출처: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는 말이 여기서 나오는 거죠. 하루 10시간을 함께 있어도 스마트폰만 보면 소용없고, 30분이라도 온전히 집중하면 아이는 채워집니다.

그렇다고 물질적 보상을 아예 하지 말라는 건 아닙니다. 다만 그게 관계를 대체하는 수단이 되어선 안 된다는 거죠. 아이가 진짜 원하는 건 새 장난감이 아니라, "엄마 아빠가 나한테 관심 있구나"라는 확신입니다. 저는 그걸 너무 늦게 깨달았습니다.

감정공감이 진짜 필요한 순간을 알게 됐습니다

얼마 전 아이가 친구와 다투고 집에 와서 울었습니다. 제 첫 반응은 "네가 뭘 잘못했길래 그랬어?"였습니다. 문제를 해결하려는 부모의 본능이었죠. 하지만 아이는 제 질문에 더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제가 아이 편이 아니라 심판처럼 느껴졌던 모양입니다.

감정공감(Emotional Empathy)은 단순히 "힘들었겠네"라고 말하는 게 아닙니다. 감정공감이란 상대방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감정을 느끼는 상대의 입장을 진심으로 이해하려는 태도를 의미합니다. 아동기에는 아이가 자기 감정을 언어로 정확히 표현하는 능력이 아직 발달 중이기 때문에, 부모가 먼저 아이의 감정을 읽어주고 이름 붙여주는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저는 접근 방식을 바꿨습니다. "속상했구나. 친구한테 그런 말 들으니까 기분이 어땠어?"라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아이가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억울했던 것, 화났던 것, 친구가 미웠던 것까지. 제가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았는데도, 아이는 혼자 생각을 정리하더군요. "엄마, 근데 생각해보니까 내가 먼저 친구 놀렸던 것 같아."

이게 감정공감의 힘입니다. 부모가 아이 감정을 읽어주면, 아이는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는 법을 배웁니다. 그리고 타인의 감정도 이해하게 되죠. 저는 이 과정을 통해 아이가 단순히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관계를 이해하는 능력을 키우는 걸 봤습니다.

물론 감정공감이 잘못된 행동을 정당화하는 건 아닙니다. 아이가 친구를 때렸다면, 감정은 이해하되 행동은 바로잡아야 합니다. "화났구나. 근데 친구를 때리는 건 안 돼"라는 식으로요. 감정과 행동을 분리해서 보는 훈련, 이게 아동기에 꼭 필요한 교육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조심해야 할 게 있습니다. 감정공감이 면죄부가 되어선 안 된다는 거죠. "속상했구나"로만 끝나면 아이는 행동의 결과를 배우지 못합니다. 저도 처음엔 이 부분에서 실수했습니다. 공감만 하다가 정작 행동 수정은 놓친 거죠. 지금은 감정은 충분히 읽되, "다음엔 어떻게 하면 좋을까?"를 함께 고민하는 방식으로 바꿨습니다.

주요 실천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아이가 감정을 표현하면 먼저 듣고, 판단은 나중에 하기
  • "네가 ~하게 느꼈구나"처럼 감정에 이름 붙여주기
  • 감정은 이해하되, 잘못된 행동은 명확히 구분해서 지도하기

아동기는 부모도 함께 배우는 시기입니다. 저는 거짓말 뒤의 두려움을, 물건 뒤의 허전함을, 감정 폭발 뒤의 속상함을 읽는 법을 아이를 통해 배웠습니다. 완벽한 부모는 없지만, 배우려는 부모는 될 수 있다는 걸 요즘 실감합니다. 아이가 자라는 만큼, 저도 조금씩 자라고 있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O-3x455E0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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