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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기질별 육아법 (위험회피, 인내력, 자존감)

by lanilala 2026. 2. 27.

첫째가 영어 테스트에서 40점을 받았을 때, 저는 "괜찮아"라고 말했지만 속으로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그날 밤, 아이는 울었습니다. 몇 달이 지난 지금도 그 순간이 제 마음에 남아 있는 이유는, 제가 아이의 기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인형뽑기를 할 때 돈을 줘도 시도조차 하지 않습니다. 손해 보는 게 싫어서입니다. 두 아이 모두 제 뜻대로 움직이지 않을 때, 저는 혼란스러웠습니다.

위험회피 기질 아이, 안전한 환경이 먼저다

저희 둘째는 전형적인 위험회피 기질(Risk Avoidance Temperament)입니다. 여기서 위험회피 기질이란 새로운 자극이나 불확실한 상황을 회피하려는 성향을 의미하며, 심리학에서는 행동억제체계(BIS, Behavioral Inhibition System)가 강하게 작동하는 유형으로 분류됩니다(출처: 한국아동학회). 쉽게 말해, 이 아이들은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는' 신중함이 타고난 강점이자 약점입니다.

인형뽑기를 거부하는 둘째의 행동은 소심함이 아닙니다. 이 아이의 머릿속에서는 이미 빠른 확률 계산이 끝났습니다. "성공 확률 낮음 = 손해 가능성 높음 = 시도하지 않는 게 안전함." 이런 아이들은 낯선 환경, 낯선 사람, 심지어 낯선 식감에도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저는 둘째가 새로운 반찬을 거부할 때마다 "한 번만 먹어봐"라고 강요했던 적이 많습니다. 그때마다 아이는 더 움츠러들었습니다.

위험회피 기질 아이를 키울 때 부모가 가장 조심해야 할 말이 있습니다.

  • "빨리 해봐"
  • "자신 있게 해봐"
  • "다양하게 시도해봐"

이런 말들은 아이를 위축시킵니다. 대신 "천천히 해도 괜찮아", "엄마랑 같이 해볼까", "내일 또 해보면 되지" 같은 말이 필요합니다. 놀이터에서 둘째가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쭈뼛거릴 때, 저는 직접 나서서 "같이 놀자고 해봐"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건 해결책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해야 할 일은 모델링이었습니다. "너는 이름이 뭐야? 우리 같이 놀 수 있어?" 이런 대화를 제가 먼저 보여줘야 아이가 배울 수 있었습니다.

첫째를 보면서 "왜 둘째는 저렇게 못하지?"라고 비교했던 순간들이 떠오릅니다. 하지만 기질은 능력이 아닙니다. 이 아이들은 시간을 주면 굉장히 꼼꼼하고 깊이 있게 해낼 수 있는 내면의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단지 적응하는 시간이 다른 아이들보다 오래 걸릴 뿐입니다.

인내력 기질 아이, 완벽주의와 싸우는 법

첫째는 인내력 기질(Persistence Temperament)이 강합니다. 여기서 인내력 기질이란 스스로 설정한 목표를 끝까지 달성하려는 성향을 의미하며, 내적 동기(Intrinsic Motivation)가 강하게 작동하는 유형입니다. 쉽게 말해, 이 아이들은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자기 기준에 맞춰야 직성이 풀리는 완벽주의자입니다.

영어 단어 테스트 40점. 저는 "괜찮다"고 말했지만 표정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첫째는 제 미묘한 긴장을 읽었을 것입니다. 인내력 기질 아이는 혼나는 것보다 "기대에 못 미쳤다"고 느끼는 걸 더 힘들어합니다. 그날 첫째가 울었던 이유는 제가 화를 내서가 아니라, 엄마를 실망시켰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영어유치원을 7세부터 시작해서 초등 2학년까지 다녔습니다. 하지만 텀테스트에서 첫째는 배운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내가 이 학원을 잘못 선택한 건가", "애가 이걸 할 능력이 없는데 너무 밀어붙이는 건가" 같은 생각으로 혼란스러웠습니다. 그리고 그 혼란이 첫째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었습니다.

아동발달심리학에서는 이런 상황을 '부모의 기대 불일치 스트레스'로 설명합니다(출처: 한국아동발달학회). 부모가 자신의 기질과 다른 아이를 키울 때,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기준을 아이에게 투영하게 되고, 아이는 그 기준에 맞지 않는 자신을 '부족한 존재'로 인식하게 됩니다.

인내력 기질 아이를 키울 때 제가 배운 것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결과보다 과정을 묻기: "왜 틀렸어?" 대신 "어디서 막혔어?"
  2. 엄마의 솔직한 사과: "엄마가 너한테 너무 높은 기준으로 말한 것 같아. 미안해."
  3. 실수를 인정하는 분위기: "이번엔 복습을 2번 했지? 다음엔 어떻게 해볼까?"

첫째는 규칙을 잘 지키고 참을성도 많습니다. 하지만 요즘 들어 자기 감정을 억누르는 모습이 보입니다. 이건 좋은 신호가 아닙니다. 이 아이들은 겉으로는 괜찮아 보여도 속으로는 기억을 오래 저장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날의 일을 늦게라도 정리해주려고 합니다. "그때 엄마가 많이 실망한 표정이었지? 사실은 엄마가 너한테 화난 게 아니라, 엄마가 선택을 잘못했을까 봐 무서웠어." 이 말 한마디가 아이에게는 큰 위안이 될 수 있습니다.

기질은 바뀌지 않습니다. 하지만 부모가 아이의 기질을 이해하고 존중하면, 아이는 자신의 강점을 발휘하며 자랄 수 있습니다. 저는 여전히 첫째에게 "확 뛰어들어서 실패도 해봤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습니다. 둘째에게는 "좀 더 과감하게 시도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제 기준이고 제 욕심입니다. 아이들은 각자의 속도로, 각자의 방식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제가 해야 할 일은 그 과정을 존중하고, 필요한 순간에 손을 내미는 것입니다. 모든 엄마들도 각자 아이들의 기질에 맞게 행복한 육아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O1wjXHdFbEI&t=452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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