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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1인 1상 제도 (교육 효과, 자존감, 효능감)

by lanilala 2026. 3. 1.

지난주 첫째 아이가 학원에서 받아온 시험 결과지를 보면서 복잡한 심경이 들었습니다. 열심히 노력했지만 잘 나오지 않은 점수도 있었고 생각보다 더 잘 봐서 좋은 부분도 있었습니다. 그에 따라 아이의 표정은 시시각각 변하더군요. 이런 순간이 반복되면서 몇몇 초등학교에서 시행하고 있다는 '1인 1상 제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모든 학생에게 개별 상장을 수여하는 이 제도, 과연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학생들이 손을들고 발표준비를 하는 모습들

경쟁 구조 속에서 찾은 새로운 접근, 1인 1상의 교육 효과

저희 집 두 아이만 봐도 능력치가 확연히 다릅니다. 첫째가 둘째 나이 때 이미 혼자서 책을 읽었는데, 둘째는 아직 한글 읽기조차 버거워합니다. 부모인 저도 하루에도 몇 번씩 비교하게 되는데, 엄마라서 티는 안 내지만요. 학교나 유치원에 가면 이런 비교는 더 노골적으로 드러납니다. "누구는 피아노 학원 다닌대", "누구는 영어 유치원 간대" 하며 아이들끼리도 서로를 견주기 시작하죠.

최근 초등학교에서는 성적 중심의 평가 대신 개별 학생의 특성을 반영한 상장 제도가 확산되고 있습니다(출처: 조선비즈). 예를 들어 '음악 감상'이라는 상은 평소 음악을 즐겨 듣거나 친구들에게 노래를 추천하던 학생에게 돌아갑니다. 여기서 '과정 중심 평가'란 결과보다 학습 과정과 태도를 중시하는 평가 방식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접근은 국제 바칼로레아(IB) 교육과정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국제 바칼로레아(IB)는 단순 지식 습득이 아닌 탐구와 논술을 중심으로 학생의 전인적 성장을 돕는 국제 인증 프로그램입니다. 이 과정을 운영하는 한 초등학교에서는 학생 개개인의 기질과 IB의 10가지 학습자상(Learner Profile)을 반영해 상장을 제작한다고 합니다. 학습자상이란 IB에서 제시하는 이상적인 학습자의 10가지 특성으로, 탐구하는 사람, 사색하는 사람, 배려하는 사람 등을 포함합니다.

제가 이전에 블로그에서 다룬 긍정적 사고의 중요성처럼, 상을 준다는 것 자체가 포지티브한 동기 부여 방식입니다. 네거티브한 경쟁 구조에서 벗어나 각자의 강점을 인정받는다는 점에서 긍정적입니다. 특히 학업 속도가 느린 아이들에게는 자신만의 영역에서 인정받을 통로가 생기는 셈이죠.

주요 교육 효과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학업 성적이 아닌 개별 특성과 성향을 인정받는 기회 제공
  • 과도한 서열 경쟁 완화를 통한 심리적 부담 감소
  • 저학년 학생들의 학교 생활 적응과 자신감 형성에 긍정적 영향

경인교대 김주형 교수는 "공교육의 목적은 각자의 자질과 관심, 성장 속도에 맞는 맞춘형 개별 지원"이라며 이러한 제도가 교육적 취지에 부합한다고 평가했습니다(출처: 경인교대). 실제로 저희 첫째 아이도 영어 성적 발표에 굉장히 예민하게 반응하는데, 비교 구조를 줄이는 것이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고 봅니다.

희소성 상실과 효능감 문제, 자존감만으로는 부족하다

하지만 직접 겪어보니 우려되는 부분도 명확했습니다. 자존감과 효능감은 엄연히 다른 개념입니다. 자존감(self-esteem)은 "나는 소중하다"는 자기 존재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뜻합니다. 반면 효능감(self-efficacy)은 "나는 해냈다"는 성취 경험에서 비롯되는 자기 능력에 대한 믿음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자존감은 존재 자체의 가치이고, 효능감은 무언가를 성취했을 때 느끼는 자신감입니다.

1인 1상 제도는 자존감 형성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효능감을 주기 위해서는 '도전-노력-성취'라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노력하지 않고도 상을 받는 구조에서는 진정한 효능감이 생기기 어렵습니다. 한 초등 교사는 "저학년은 상장을 대체로 좋아하지만 고학년은 일종의 참가상으로 여기며 크게 기뻐하지 않는다"고 전했습니다. 상의 희소성이 사라지면 그저 형식적인 종이 한 장에 불과해지는 것이죠.

더 큰 문제는 가정의 개입입니다. 서울 노원구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학생이 직접 받고 싶은 상을 정해 제출했는데, 일부 학생은 가정에서 부모와 상의해 상을 결정했다고 합니다. 저학년일수록 부모의 개입이 절대적일 수밖에 없고, 이는 오히려 아이들의 주도적 사고를 방해하는 요인이 됩니다. 결국 이것도 또 다른 형태의 부모 경쟁을 일으킬 수 있는 구조입니다.

교사들의 피로감도 상당합니다. 충북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졸업생 전원에게 상을 배분하느라 애를 먹었다고 토로했습니다. 학업상, 봉사상, 체육상 등 정해진 상에 학생 특성을 억지로 맞추다 보니, 일부 학생은 본인과 맞지 않는 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한 학생은 "왜 내가 체육상이지?"라며 의아해했다고 합니다. 형평성에 대한 학부모 민원까지 더해지면 교사의 부담은 더욱 커집니다.

한국교원대 김봉석 교수가 말한 것처럼, 1인 1상 제도가 기대하는 교육 효과를 내려면 '목표 설정-과정 피드백-성취 확인'이라는 구조가 필수적입니다. 목표 설정(goal-setting)이란 학기 초에 학생 스스로 달성 가능한 구체적 목표를 세우는 것을 말합니다. 이 과정 없이 단순히 상장만 나눠주면 형식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는 이 제도가 완전히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아무 맥락 없이 주는 상은 아무 효과도 줄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성장 기록과 연결되어야만 진정한 의미가 있습니다. 학기 초부터 아이와 함께 목표를 세우고, 그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피드백을 주고, 학기 말에 그 성취를 확인하는 구조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상장이 단순한 참가상이 아닌, 아이의 성장을 증명하는 의미 있는 기록이 될 수 있습니다.

 

 

결국 1인 1상 제도는 과정을 무시하면 아무것도 증명할 수 없는 제도입니다. 학부모도 교사도,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 스스로가 그 과정에 진심으로 참여할 때 비로소 이 제도는 자존감과 효능감을 동시에 키우는 좋은 교육 도구가 될 것입니다.

 

상은 ‘비교의 도구’일까요, ‘성장의 기록’일까요? 노력의 가치를 가르치는 방법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모두들 고민해보면 좋을 질문들인것 같습니다.

 


참고: https://biz.chosun.com/topics/topics_social/2026/03/01/OXS47UTXPBBFXIAKO6XOE2MSVQ/?utm_source=naver&utm_medium=original&utm_campaign=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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