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AI 가 정말 실생활에 깊숙히 들어온 것을 느낍니다. 제가 일하는 분야에서조차도 절대 무시할 수 없는
가장 기초가 되는 기본기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또 느끼는 것은 바로 육아에서의 AI 의 중요성 입니다.
솔직히 저는 AI가 이렇게 빨리 아이들의 학습 현장으로 들어올 줄 몰랐습니다. 초등학생 아이가 학원 숙제를 30분 만에 끝내고 왔는데, 나중에 보니 챗GPT로 작성한 내용이었습니다. 그 순간 든 생각은 '이게 과연 공부인가?'였습니다. 2026년 현재, AI는 단순한 보조 도구를 넘어 아이들의 사고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습니다. 많은 부모들이 "AI를 완전히 막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무작정 허용할 수도 없다"는 딜레마에 빠져 있습니다. 저 역시 두 아이를 키우며 이 문제를 매일 고민하고 있습니다.
속도보다 중요한 것: 아이의 사고 체력 지키기
AI는 정말 빠릅니다. 질문을 던지면 3초 안에 그럴듯한 답이 나옵니다. 그런데 문제는 아이의 사고력은 절대 빠르게 자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초등학생은 이제 막 논리 구조를 세우기 시작하는 시기이고, 유치원생은 상상과 감각 경험이 더 중요한 단계입니다(출처: 교육부 초등교육과정). 여기서 '사고 체력'이란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견디는 힘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답을 모를 때 느끼는 불편함과 궁금증을 참아내며 생각을 이어가는 능력입니다.
제가 직접 겪은 일입니다. 아이에게 "공룡은 왜 멸종했을까?"라고 물었더니, 바로 태블릿을 켜더군요. 저는 "잠깐, 네 생각은 뭐야?"라고 물었습니다. 아이는 멍하니 저를 쳐다봤습니다. 이미 '생각의 고통'을 건너뛰는 습관이 몸에 밴 겁니다. 맘카페에서도 비슷한 고민이 많이 올라옵니다. "숙제는 빨리 끝내는데, 왜 자기 생각을 쓰라고 하면 한 줄도 못 쓸까요?" 이건 이미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원칙을 정했습니다.
- 질문을 던졌을 때 최소 30초는 스스로 생각해보게 하기
- 틀려도 괜찮다는 분위기 만들기
- '정답'이 아니라 '과정'을 칭찬하기
실제로 해보니 처음에는 아이가 답답해했습니다. "왜 바로 안 알려줘?"라는 표정이었죠. 하지만 2주 정도 지나니 스스로 "이건 이럴 것 같은데?"라고 먼저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작은 변화가 정말 큰 의미였습니다.
13세 이하 아동의 AI 사용에 대한 법적 제한도 존재합니다(출처: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그런데 현실은 어떨까요? 이미 초등 고학년들은 부모 몰래 AI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학원 숙제, 독서감상문, 수행평가 초안까지 AI로 작성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맘카페 여론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차라리 같이 쓰는 게 낫다"는 의견과 "아직은 안 된다"는 의견입니다. 저는 두 아이의 연령을 고려했을 때, 완전 허용도 완전 차단도 아닌 '부모 동반 탐색형'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AI를 도구로 쓰되, 인간성을 지키는 법
AI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함께 탐색하며 그 한계를 체험하게 하는 편이 낫습니다. 저는 유치원생 아이에게는 AI를 '상상 확장 도구'로만 사용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그린 공룡 그림을 AI에 넣어 짧은 이야기를 만들어봅니다. 그런데 중요한 건 그 다음입니다. "이 이야기 마음에 들어? 어떤 부분을 바꾸고 싶어?"라고 물으면서 아이가 직접 수정하게 합니다. AI가 만든 것을 그대로 소비하지 않고, 반드시 아이가 고치고 덧붙이는 과정을 거치는 겁니다.
초등학생 아이에게는 좀 더 깊은 훈련을 합니다. 하나의 질문에 대해 AI 답변을 3개 받아서 비교해보는 겁니다. "이 중에 틀린 답은 뭐 같아?" "왜 그렇게 생각해?" 이런 질문을 던지면 아이는 AI가 전지전능하지 않다는 걸 체험으로 배웁니다. 여기서 '메타인지(metacognition)'가 형성됩니다. 메타인지란 자신의 사고 과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조절하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내가 이걸 제대로 이해하고 있나?"를 스스로 점검하는 힘입니다.
제 경험상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건 부모의 개입입니다. AI에게 질문하기 전에 "너는 어떻게 생각해?"라고 먼저 물어야 합니다. 그리고 AI 답변을 받은 후에는 "이 답이 맞는 것 같아? 왜?"라고 다시 물어야 합니다. 이런 대화가 없으면 AI는 그냥 빠른 검색 도구에 불과합니다. 아이는 '생각'이 아니라 '복사'만 배우게 됩니다.
커뮤니티에서 요즘 많이 나오는 말이 있습니다. "AI가 설명은 더 잘하는데, 왜 자꾸 허전할까요?" 그 이유는 감정입니다. AI는 효율적이지만, 눈을 마주치고 책을 읽어주지는 못합니다. 아이의 표정을 읽고 속도를 조절하지도 못합니다. 특히 유치원생에게는 정보보다 정서적 안정이 더 중요합니다. 아빠가 읽어주는 동화가 더 좋다는 경험은 단순한 취향이 아니라 관계 형성의 핵심 경험입니다.
그래서 저는 오히려 더 의식적으로 이런 활동을 늘리고 있습니다.
- 종이책 읽기 (하루 최소 30분)
- 함께 만들기 활동 (점토, 레고, 그림)
- 손으로 쓰는 시간 (일기, 편지)
- 일부러 느리게 하는 놀이 (보드게임, 퍼즐)
AI 시대에는 '비효율의 낭만'이 더 중요해집니다. AI가 확보해준 시간을 더 효율화하려고 하면 번아웃이 옵니다. 오히려 그 시간을 느리고 비효율적인 활동에 사용할 때 에너지가 회복됩니다. 제가 직접 느낀 겁니다. 아이와 함께 레고를 2시간 동안 조립하면서 아무 말 없이 손만 움직일 때, 그 시간이 정말 소중하더군요.
AI 시대에 가장 중요한 건 회복 탄력성(resilience)입니다. 회복 탄력성이란 실패나 충격을 겪었을 때 다시 일어서는 심리적 힘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넘어져도 "다시 해보자"라고 생각하는 마음가짐입니다. AI를 사용하다 보면 예상과 다른 답이 나오거나, 틀린 정보를 받을 때가 많습니다. 이때 좌절하지 않고 다시 시도하며 AI의 한계를 파악하는 경험이 중요합니다. 이런 경험이 쌓여야 아이는 AI 시대에도 주도권을 잃지 않습니다.
저는 아이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AI는 도우미야. 하지만 너의 생각을 대신할 수는 없어." 이 말이 추상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함께 AI를 사용하며 그 한계를 체험하다 보면 아이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됩니다.
엄마로서 솔직히 이런 걱정도 듭니다. 혹시 내가 너무 보수적인 건 아닐까? 남들은 다 코딩 학원 보내는데, 우리 아이만 뒤처지는 건 아닐까? 하지만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듭니다. AI는 더 똑똑해질 겁니다. 그러나 인간의 감정, 공감, 관계, 회복력은 여전히 인간이 길러야 합니다. 저는 후자에 더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왜냐하면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입니다.